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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note 써보기 시작(하기까지의 긴 여정)


2024/06/29 22:16:50 #life #note #obsidian #bear #notion #evernote #productivity #writing #onenote #note-taking #upnote

생산성 도구에 대한 집착은 찍사들의 카메라 장비병과 닮아있다. 이 도구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데도 어떻게든 불편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내어 더 나은걸 찾아 떠나게 만든다. 그렇게 어리석은 삽질을 영원히 반복하는 것이다.

나는 내 1차 프로세서(=내 머리)의 연산력과 저장능력, 그리고 무결성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2차 연산장치, 저장장치 등의 보조도구(=생산성 도구)들을 어찌어찌 잘 써서 부족한 점을 보충해보려는 시도를 계속 해 오고 있다. 어느 정도는 성과가 있지만 그렇다고 고수들이 말하는 신검합일의 경지 정도의 느낌까진 아니다. 의식적으로 귀찮음을 극복하고, 불편한건 근성으로 떼우고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중에 Note taking & Organizer 로 사용하는 도구가 가장 많이 쓰이는 녀석이고, 그러므로 당연히 가장 많은 불편함과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역사를 되집어보면 아래와 같다. 명확하게 순서대로인건 아니고, 여러가지 동시 사용하던 시기도 있었다.

  1. 아날로그 도구: 다이어리, 플래너, 오거나이저 등으로 불리우는 녀석으로 시도해보았으나 나에겐 맞지 않았다. 나에게 중요한 정보들은 대부분 컴퓨터에서 C-C, C-V 로 복붙해 넣어야 하는 것들인데 그걸 펜으로 하나하나 옮겨 적을수가 없다... 이미지를 넣을 수 없다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2. 컴퓨터에 로컬로 저장: 메모장, Sticky notes 등 여러가지 시도해 보았으나 여러 기기를 쓰게 되면서부터(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기본적으로 최소 2기기) 동기화 능력이 없는 플랫폼들은 쓸 수가 없게 되었다. 비슷한 정보의 서로 다른 버전이 여러 디바이스에 파편화되어 남아있는 끔찍한 상황을 상상해보면...
  3. Evernote: 이 분야에서 글로벌하게 이름을 알린 1세대 플랫폼. 사실 1세대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가 맘먹고 시도해봤던 첫번째 플랫폼이니까...! 그래서 아직도 오래된 자료를 찾을때 가끔 에버노트까지 뒤지곤 한다. 뭔가 많이 들어있긴 함. 그런데 검색성능이 좀 구렸었고(지금은 모름), 느리고, 어느날인가부터 동기화 기기 대수 제한이 생기면서부터 탈출할 곳을 찾게 되었다.
  4. Onenote: 서피스를 구입하면서부터 한번 써볼까? 하고 특정 용도(업무상 기록만 여기에 라던가)에 대해서만 꽤 오래 써 보았다. 서피스펜으로 슥슥 바로 그림도 그려 넣을 수 있는것도 좋았고, 오피스를 가진 MS 답게 편집능력은 강력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동기화가 너무너무너무 느리고 불안했다. 노트에 내용이 많아지면 동기화가 너무 느려서 쓸 수 없고 허구헌날 컨플릭만 정리하고 있는 나를 발견...
  5. Bear: evernote, onenote 모두 너무 무거웠다. 사실 편집, 서식은 최소한만 있으면 된다. 미디어 붙여넣을 수 있고, markdown 정도 쓸 수 있으면 되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뒤지다가(여러개 써보다가) 손에 나름 잘 붙어서 오래 사용했다. 매우 가볍고, 빠르고, 동기화도 잘되고, 기능성도 좋다. Tag 기반으로 메모를 정리하는 사람 + 애플 기기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강력이 추천할만한 앱이다. 나는 이제 bear 에 새 메모를 넣고 있진 않지만, 아직도 지금 쓰는 앱에서 뭔가 안 나온다면 bear 로 먼저 찾으러 간다. (bear 에 없으면 evernote로 fallback...) 내가 bear 를 쓰지 않게 된 이유는, 태그 말고 계층적 디렉토리 구조를 만들고 싶은데 그게 안 되어서(물론 꼼수들이야 있겠지만...), 그리고 나는 멀티플랫폼쟁이라 윈도, 리눅스 지원 때문이었다.
  6. Notion: 에버노트 이후로 거의 최초로 천하통일에 근접한 듯한 녀석이 나타났다. bear 이후로 넘어갈 곳을 찾는 와중에 꽤 유망하게 만져보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도입을 결정하면서 회사 업무를 강제적으로 노션에 기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이니까!) 진심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곧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건 포기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중요한 포인트가 다를텐데, 노션은 동기화 잘 되는 강력한 wysiwyg editor 에 가깝다. 기능적으로는 거의 부족함이 없고, 사실 내가 필요한건 다 있긴 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시간이 갈수록 매우 빠른 속도로 심각하게 무겁고 느려졌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나는 원래 wysiwyg 을 안좋아한다. 그냥 markdown 쓰게 해달라고요!!! 하지만... 마치 카카오톡같이 대세가 되어버려 사람들이랑 협업할 때에는 안 쓸수가 없지만서도, 나의 개인적인 용도로는 안 쓰게 되었다. 참고로, 협업에는 노션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한가지 있는데, 노션은 note-taking app 앱 치고는 협업 기능이 지나치게 훌륭하다. 개인적인 note-taking 이 아니라 팀으로 협업하며 문서를 만들어가는 케이스라면 아직도 노션보다 좋은게 있나 싶다. 물론 구글닥스가 있긴 하지만, 노션과는 추구하는게 좀 달라서 노션+구글닥스를 같이 쓰는게 시너지가 난다.
  7. Obsidian: 이것 강추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obsidian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local storage 를 사용하고, 이걸 동기화하는 식으로 동작한다. evernote, bear 등은 로컬 저장소를 숨은 레이어처럼 다루었는데 obsidian 은 로컬 스토리지를 다른 앱들보다 더 드러내는... 이라기보다는 로컬이 메인이다. 그래서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pdf, 그외 파일 등의 첨부파일 대해 옵션을 따로 켜주지 않으면 빼놓고 텍스트 컨텐츠만 동기화한다. 여러 디바이스에 세팅해놓고 쓴다면 꽤나 성가신 일이 될 것이다... 여러 디바이스를 쓰는 경우 설정이 꼬여서 노트도 꼬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게다가 vault size 제한도 신경쓰인다(돈으로 해결 불가). 처음에야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실사용하다 보면 결국 큰 공간이 필요해진다. (후배중에 에버노트에 노트 10만개 때려넣고 느려서 못쓰겠다는 녀석이 있었다) 나는 좀 써보다가 자주 사용하는 애플 디바이스 4개에서(맥북 2, 아이패드, 아이폰) 이래저래 꼬이고, 동기화도 애매하게 짜증나고 해서 결국 얜 아니다 싶은 상태...
  8. Upnote: 지난주에 어디선가 얘기를 듣고 또 이런 노트앱이 나왔어? (새로나온건 아니고 내가 이제서야 안 것 뿐이다...) 하고 한번 설치해서 이것저것 때려넣어봤다. 첫 인상은 bear 랑 비슷한데? 였는데 요기조기 살펴보니, 내가 bear 쓰면서 아쉬웠던것들이 다 있다! 그래서 obsidian 에 주간 노트 쓰던 것을 가져와 보는 것을 시작으로 (lifetime 결제하고 나서) 메인 노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bear 에서 딱 요것만 더 있었으면 ㅠㅠ, 하던것들을 귀신같이 채워놨다.


내가 노트앱을 사용하는 가장 큰 용도는 아래 프로세스의 뺑뺑이다.


* 컴퓨터 앞에 앉으면 제일 먼저 실행
* 이번주 할일목록(=Worklog 의 가장 최신 노트)을 열고 한일, 할일 체크
* Project, Area 쪽에 넣고 뺄거 있으면 빠르게 편집
* 체크리스트 클리어되는게 있으면 업데이트 
* 일요일 밤 or 월요일 아침에 Worklog 에 새 노트 만들고 Project, Area 훝어서 이번주 체크리스트 작성 + 가끔 넘 많이 쌓였다 싶으면 날짜이름 폴더에 worklog 다 때려넣고 Archive 로 던짐
* 나중을 위해 저장해둘건 Resource 에 던져놓고 가끔 짬날때 정리
* 신경끄자 싶은것들은 Archive 에 일단 던져두고 까먹음 (위에 언급된 예전에 사용했던 노트앱들은 모두 거대한 Archive 이기도 하다...)

사실 니즈나 불편함, 불만에 대한 명확한 메타인지가 있는 상태에서 노트앱들을 거쳐온건 아니었는데, 글로 적어보니 확실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덧: 이 외에도 진짜 수많은 메모, 정리, 공유용 프로그램들을 써보고, 어떤 때는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하... 야크쉐이빙은 즐거움이자 죄악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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