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FK - 서울건축여행 #1
HFK 라는 커뮤니티에서 요번 시즌 "인터뷰글방" 이라는 모임에 참여한다. 인터뷰글방 모임은 지난 목요일에 1회차가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정리하기로 하고... HFK 에서 정규 모임 외에도 동호회같은 느낌의 클럽이 있다. 클럽이 꽤 많은데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도 있고(매주 사진 올리는 모임에 참여해봤다), 오프라인 모임으로 운영되는 것도 있다.
그중 "서울건축여행" 이라는 모임에 참여해서 오늘 아침~점심 동안 시청, 충정로, 서소문 일대를 걸으며 부동산 정보도 보고, 재개발 스토리 이야기도 듣고,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도심 한복판에 멋진 공원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서울의 매력 중 한 가지이긴 한데,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그 중에서도 꽤나 독보적으로 느껴졌다. 위쪽 공원에 우물과 물길 조성도 매우 잘 되어 있다. 물길이 성의없는 회색 시멘트가 아니라 보기 좋은 자갈(?)을 섞은 돌로 꾸며졌고, 공원 가장자리에 있는 산책로 바닥도 밟기 좋은 돌이나 멍석을 깔아두었다. 지하로 내려가면서 박물관이 나타나는데 공공시설물과 종교시설물의 중간 즈음의 단정하고 친절하고 묵직한 느낌으로, 그리고 공간 효율성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상설 전시들 중 공간 그 자체가 전시물인 경우가 몇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Consolidation Hall 이 특히 인상깊었다. 밖에서 볼 때에는 거대한 공간에 눌리는 듯 살짝 압도되고 짜부(!)되는 기분이 드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갑자기 공간이 넓어지며 사방에서 고구려 벽화가 음악과 함게 춤을 추는게 보인다. 음악이 뭔지 시리한테 물어볼걸 하는 후회가 지금에서야 든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빛이 몇 가닥 여기저기 가로지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밖에 안으로 빛이 흐르는 것 처럼 보였는데, 의도한 연출이...겠지?
그리고 하늘광장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보통 이런 이름을 가진 곳은 구조물 최상층에 위치하는데 왜 계속 내려가는 방향에 표지판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최하층에 거대한 사각형 광장이 있고 사방이 붉은 벽돌이 쌓여있는 곳이 하늘광장이었다. 거기에 몇 가지 조형물이 있긴 했는데, 전체적으로는 밀도가 낮았고 왠지 거대한 공기의 수족관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누가 설명해준건 아니지만 그냥 떠오른 생각으로는, 높게 세워진 벽돌벽 때문에 주변 건축물들이 시야에서 삭제되고 거의 하늘만 보이기 때문에 하늘광장이라고 이름지은게 아닐까 싶다. 가장 낮은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곳이라 하늘광장인가.
하늘광장에 뭔지 알기 어려운 길쭉한 조형물이 하나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을 길게 늘려놓은 것이었다. 바로 발밑에 가서 위를 올려다보니 아 사람이구나 싶은... 찾아보니, "영웅" 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하늘을 올려다봐야 알 수 있는 작품이라니, 역시 하늘 보라고 만든 곳인가보다.
오늘은 걸어서 갔지만, 주차장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차로 가서 주차해놓고 슬렁슬렁 전시 보다가 물한잔 마시며 앉아 쉬다가 위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그렇면 좋을 것 같다. 다시 가고 싶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