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의 전자화

오늘 ML 스터디 뒤쪽에 잡담을 할 시간이 좀 있었는데, 필기의 전자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 이걸위해 돈을 꽤나 많이 썼는데, 아직 우아하게 풀려 있는 문제는 아니다.

몇년 전에는 몰스킨 노트에 필기를 하고 사진을 찍어 남기는 방식으로 필기를 저장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봤다. 아이패드에 Jot 스타일러스로 필기해보는 것도 시도해 보았는데, 책을 읽다 줄을 친다거나 짤막한 메모를 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회의록을 쓴다거나 수식 전개를 한다거나 생각의 정리를 위한 연습장으로 쓰기에는 부족한게 많았다. 지금은 서피스 프로 3를 사서 N-trig 펜을 쓰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디바이스 위에 직접 쓰는 방식은 종이에 비해 필기감은 떨어지지만, 잘 만든 스타일러스는 어느 정도 필기다운 필기를 할 수는 있다. 디바이스를 필기장으로 바로 쓰는 경우 종이보다 편집이나 수정/삭제가 가능하다는 점은 종이 위에 쓰는걸로는 흉내내기 힘든(불가능하진 않을듯) 장점이다.

제목 없음

종이의 필기감을 포기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노트가 아닌 필기구를 개선하는 쪽의 해법을 시도하고 있다. LiveScribe, Equil, 네오스마트펜 등의 스마트펜이 그런 제품들이다. LiveScribe, 네오스마트펜은 특별한 종이(노트)가 필요하다. Equil 은 종이의 제한 대신 종이에 부착하는 별도의 디바이스가 필요하고, 통신 방식 때문인지 주변 소음(고주파 소음?)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정상 동작을 하는 경우의 스캔(?) 퀄리티는 모든 경우에 훌륭한 편이다.

이런 선택지들을 놓고 생각해 보니, 필기의 전자화 방식을 고민할 때 고려하는 가치는 세 가지가 있다. 이동성, 편의성 그리고 필기감이다. 이 각각의 가중치 분배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문제를 누군가 우아하게 풀어냈다고 생각해 보자. 세 가지 가치를 모두 다 잡았다면 어떤 모양일까? (물론 이런 경우 가격이라는 가치를 포기하게 되지만…)

  1. 이동성: 다른거 없이 그냥 펜 하나만.
  2. 편의성: 그냥 펜과 똑같이 쓰기만 하면 된다. 별도의 동기화나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
  3. 필기감: 종이에 그냥 씀.

디바이스에 스타일러스로 쓰는 경우는 아무래도 필기감이 종이를 따라가지 못할테니 이 방향은 한계가 명확하다. 종이같은 질감의 디스플레이가 나온다면 … 은 좀 먼 얘기니까 패스. 그냥 볼펜같은 스마트펜이 하나 있고, 아무 노트에나 일반 펜처럼 쓰면 되고, 내부 메모리에 저장해 뒀다가 근처에 동기화할 디바이스가 있으면 블루투스로 전송해준다… ? Frixon 펜처럼 지울 수 있는 경우 지우개 쪽에서 센서가 있어서 지우는 행위도 인식이 되면 좋겠다. LiveScribe 정도의 사용성에 Frixon의 지우개 추가, 펜이 조금 더 예뻐지고 아무 노트에나 쓸 수 있게 되는 정도가 바로 상상해볼 수 있는 우아하게 해결된 상태가 아닐까 한다.

애플에서 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스타일러스 특허를 출원했다고 한다. 가속도 센서로 한정된 제스쳐 이외에 필기까지 인식할 수 있을까? 확신은 없지만 애플이 가속도 센서로 인식하는건 페이지 넘기기, 종료 같은 아이폰 흔들기 수준의 이벤트일 것 같다. 혹시라도 펜에서 가속도 센서로 필기 내용을 확보할 수 있다면 우아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텐데… 과연 될까? 혹시 펜이 아니라 펜에 부착하는 작은 디바이스의 형태가 될 수는 없을까? 기다려 보면 알 일이다. 내가 만들… ㅜ_ㅠ


  • 서피스에 필기하는 것 자체는 꽤 훌륭하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동영상 강의나 논문, 책을 서피스로 보면서 연습장처럼 필기할 수가 없다(!).
  • LiveScribe+Moleskin 콜라보가 있어서 이거 하나 사볼까 뽐뿌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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