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

아주 어렸을때부터 나의 과소비를 지탱해온 두 가지 신조가 있다.

  1. 책을 살 때 돈을 아끼지 마라
  2. 먹는것에 돈을 아끼지 마라

나이가 들면서 여기에 몇 가지가 더 추가되긴 했지만, 저 두가지가 나의 영혼에 새겨진 소비 원리임에는 변함이 없다. 작년에 책을 사는데 쓴 돈이 대략 4백만원이 약간 안된다. 먹는 것에는 그보다 N배 훨씬 더 많은 돈을 들이부었다. (당연하지!)

나는 먹는걸 매우 좋아하는데 그래서 살이 계속 찌고 있지 제작년 정도부터 직접 요리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기 시작했다. 활을 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실제 국궁장에 갈때까지 3년정도 걸렸으니, 비슷한 추세라면 올해 말이나 내년 정도에 요리 수련(?)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식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마다하고 스타트업에서 굴러보자 했던 결심이 밥에서 비롯되었다. 이루고자 하는 꿈이고 뭐고간에,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따끈따끈하고 윤기 좌르르 흐르는 맛있는 밥을 먹는 것이다. 이거저거 하다 다 망하더라도 설마 밥을 못먹게 되진 않겠지 - 하는 생각이 나름 큰 결심을 할 때마다 나를 지탱해 주었다. 하다 실패하면 밥을 먹을 수 없게 된다 - 면, 아마 안했을거다.

사람은 밥을 맛있게 먹으면 대부분의 일을 극복할 수 있는건가

모 만화책에서 내가 참 감동( ..)이라기보단 공감했던 한 부분이다.

요리 외적으로 식사를 맛있게 만드는 요인이 두 가지 있다. 때에 따라선 이게 인생의 큰 부분이 될 수도 있다. 첫째는 요리 과정의 즐거움, 두번째는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밥을 같이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삶의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고마워요 요맛!) 보통 결혼이 이런 길로 통하기도 한다. 요새는 그런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역시 먹을 것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아, 새벽인데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쌀밥이 먹고싶다. 망했다.


• 올해 이사를 생각하고 있는데, 목적지의 필수 요구사항 3개 중 하나가 번듯한 주방이다. 이런 곰돌이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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