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음 주 부터 새로운 일터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엔써즈에서 6년 반을 정리하고 새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날이 다가오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재미있겠지, 익힐게 뭐 이리 많아 등등.
익숙한 것을 뒤로 하는 것은 결과가 어떻건 간에 선택 자체가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함을 챙겨야 할 때와 버려야 할 때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숙함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이다. 10년차 자바 프로그래머가 자바를 처음 하는 사람보다 같은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꾸로 익숙함은 독으로도 작용한다. 익숙함에 매몰되어 다른 길을 쳐다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면 더 이상 길이 이어지지 않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거나, 훨씬 빠른 길을 택한 사람들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
일터를 옮기는건 익숙한 기술 환경을 잠시 옆으로 제치고 낯선 환경에 나를 던지는 시도이다. 그러니까, 지금 나에게는 낯설음이 필요한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근거는,
1. 명백하게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이 존재한다. 웹 서비스 만들기, 앱 만들기 등이 그렇다. 난 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있는가?
2. 하고 있던 업무가 지루하다. 매일 쓰는 업무일지가 짧아진다. 오늘은 이걸 배웠고, 내일은 저걸 시도해보자, 이런 말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3. 기년회에 할 말이 없다. 작년의 나보다 나아진게 뭐가 있나?
이런 것들이 있다. 간접적인 증거이지만 이런 관찰을 바탕으로 내가 지금 냄비안의 개구리처럼 잘 익어가는 중이라고 판단했다.
익숙함과 낯설음 사이에서 가능한 한 멀리, 높게, 깊게 갈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하는건 어려운 엔지니어링 문제이다. 인생 공학.
- 냄비안의 개구리가 사실은 죽기전에 뛰쳐나간다는 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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