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를 바로 검증해볼 수 있다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별도의 학습이나 준비가 필요하다면 검증이 아니라 이미 작업을 시작한거라 보아야 하고, 리소스 사용 계획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면 일정 조정까지도 필요해진다.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어디까지 확인해볼 수 있는가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습득해둔 기술 수준, 혹은 준비된 환경에 달려있다.
작위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단어를 지정하면 그 단어로 검색된 이미지로 슬라이드 쇼를 하는 앱” 을 만들고 싶어졌다면?
- 눈을 감고 상상을 해 본다
- 이미지를 좀 모은 다음에 에버노트나 PPT 에 넣고 슬라이드 쇼를 해본다
- 모은 이미지를 그냥 랜덤하게 돌려가며 띄우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디바이스에 올려본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 안에 3번을 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개발자가 아니라, 혹은 관련 스킬셋이 부족하여 3번이 힘들다면 PPT 를 만들어서 모니터서 슬라이드 쇼를 돌려보는 2번을 시도해볼 수 있다. PPT는 예의 한 가지이고, 실제로는 어떤 분야건 프로토타이핑을 위한 도구가 한 두개쯤은 있으니 그런 것을 찾아서 써볼 수도 있다. 이도저도 아니고 1번 상상하기를 한 후 다른 사람들에게 “이거 어떨것 같아?” 라고 묻기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엄청 많기도 하다.
오늘 간단한 원페이지 서비스 두개가 갑자기 떠올랐다. 하나는 내가 가진 스킬셋으로 예상되는 결과를 확인하는 코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추가적인 공부를 좀 해야 하는 녀석이었다. 전자는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코드를 만들어 보았는데 상상했던것 보다 훨씬 못 쓸 물건이 나와서 바로 바로 접었다. 후자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이런 경우 프로토타이핑조차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할까 말까” 에서 어지간하면 “말자” 가 되어버린다. 아마 그냥 버리겠지… 실제로 이렇게 버린 아이디어들이 엄청 많다. 난 안될거야…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만들어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 직관 이외의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위의 예들은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것들이지만, 아이디어가 현실화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 없다. 내가 코딩을 해서 확인하고 못쓰겠다는 판단을 내린 아이디어의 경우 어떤 숫자 지표를 간단한 산수로 계산해볼 수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말도 안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었다. 예상되는 결과를 바로 그래프로 그려본다거나, 시뮬레이션을 해본다거나 등등 아이디어의 검증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공략법은 하나가 아니다.
Go? Stop?
상상만 해본 아이디어에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자동적으로 Stop 이라고 답한 것이 되는데, 이는 능동적으로 버리는 것보다 더 나쁘다. 확인하고 버린 아이디어와 확인 없이 버린 아이디어는 가치가 다르다. 장전된 스킬셋이 강력해야 답 없이 버리는 것이 줄어든다.
- 위의 작위적인 예에서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4번: 이미 그런게 있나 찾아본다” 이다.
- 프로토타이핑 툴 관련하여 글 쓰면서 Oven을 떠올렸는데, 때마침 누군가가 “oven이 내가 만든거 다 날려버렸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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