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중요하다

지식은 특별한 것과 보편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별한 지식이란 특정 상황에서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이다. 예를 들어 사냥을 잘 하기 위해 활/화살을 아주 잘 만들수 있거나, 곡식을 저장하기 위한 토기를 훌륭하게 만들기 위한 지식이다. 보편적인 지식이란 이러한 특별한 지식들의 근간에 있는 원리에 대한 것이다. 활/화살이나 다른 특수한 장치들로부터 탄성, 에너지의 저장 등의 개념의 실마리를 찾거나 잘 깨지지 않는 토기로부터 건축에 응용할 수 있는 구조적인 힌트를 얻어내는 등이 보편적 지식에 닿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인류 초기 문명은 대부분 보편적 지식을 획득하는데 성공했고, 그걸 기반으로 지금까지 발전해왔다. 흥미롭게도 어느정도 융성했지만 보편적 지식을 얻는 데에 실패한 문명이 있는데 바로 잉카 문명이다. 이들은 특별한 일을 하는 특별한 도구의 작성에는 매우 뛰어났지만, 보편적인 지식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훌륭한 도로를 만들었지만 바퀴를 발명(인가 발견인가)하지 못하였고, 문자 체계를 갖지 못했으며 경쟁에서 뒤쳐졌고 외부 문명와 맞닿았을 때 순식간에 멸망했다.

문자 체계, 즉 글쓰기 자체가 보편적 지식으로 통하는 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문자라는 추상적인 기호로 현실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현실의 정보에서 무언가는 생략하고, 변하지 않는 의미를 추려내지 않으면 문자로 나타낼 수 없다. 어떻게든 일반화된 핵심 개념을 가지고 현실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를 불완전한 표현수단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나타내고, 이 과정에서 일반화가 일어난다. 가장 오래되었으면서 아직까지도 매우 효율적으로 동작하고 있는 불완전한 표현 수단이 바로 문자다. 배운 것, 생각한 것, 보고 들은 것을 글로 표현 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특수한 지식을 보편적 지식으로 전환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남에게 가르치는 것이 최고의 공부 방법이라거나, 요점 정리 페이퍼를 만든다거나, 시험을 통해 학습하는 등이 모두 이 맥락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 지식에 대한 이야기는 <A History of knowledge>(Charles Van Doren)를 참조했음
  • 잉카 문명에 문자 체계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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