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역량을 평가/증명해야 할까

사람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의 지각이 절대값을 잘 다루지 못 하기도 하고, 사람의 역량이라는 것이 굉장히 다면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의 역량이 발휘 되는 것이 결정적(deterministic)이지도 않고, 환경의 수많은 구성요소에 조건부 확률이 걸려있다.

결국 누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에 대해 Yes/No 혹은 숫자 하나로 대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숫자로 돌아가는 세상의 특성상 역량을 대강이라도 가늠할 수 있는 단순한 지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 세상이 그 역량에 대한 대가로 주는 것이 단순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공유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은 사람일 수도, 조직일 수도, 혹은 특정 성취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나보다 C++에 더 익숙하다”, “저사람은 구글에서 인정받던 개발자야” 혹은 “XXXX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커미터야” 같은 평가가 가능하다. 그리고 나보다가 없는 발언도 자신이 기준이 된 상대적 표현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메시가 “저 사람은 축구를 잘 한다” 라고 하는 것과 목욕탕집 아저씨가 “저 사람은 축구를 잘 한다” 라고 동일한 발언을 하더라도 피평가자의 축구 실력에 대한 기대치는 크게 차이가 난다. 비슷하게, 길을 가던 사람이 갑자기 당신을 잡고 옆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이 사람은 축구를 잘합니다” 라고 말한다면 어떻겠는가? 레퍼런스를 통해 평가/지표를 얻는 것이 이쪽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레퍼런스가 나온 사람, 혹은 조직의 퀄리티가 공유 기준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적당한 지표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수능이나 SAT, 공무원 시험 등의 시험을 통한 점수 지표가 있다. 혹은 게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사형 그래프 같은 방식도 있다. 이런 지표 체계는 평가하고자 하는 역량의 방향, 혹은 분야를 좁히고 그 안에서 중요하다고 보이는 측정치들을 모아야 하는데, 당연히 그 지표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놓고 나면 여러 사람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가 있어서 위의 상대적 표현에 비해 해상도를 높이거나 대규모의 평가를 실시하는 데에 유리하다. 하지만 측정 방법 자체의 정밀성을 보장하기도 힘들고, 직접적인 측정이 불가능해 간접적으로밖에 알아낼 수 없는 역량도 있기 때문에 오차가 클 수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해상력은 높지만 오차가 클 수 있다.

기업의 면접에서 어떤 전략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인맥을 통하지 않은 지원자(그러니까 사전 정보가 별로 없는)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빠르게 얻어낼 필요가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위의 두 가지 전략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앙상블은 진리.

  1. 지표 시스템을 만든다. 다만 점수 환산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평가하고 싶은 역량의 포인트를 열거하고 각각에 대해 물어볼 질문이 준비되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각 역량 포인트별로 여러개의 질문이 필요하다.
  2. 질문은 피면접자들끼리, 혹은 면접관의 생각/풀이 등과 상대적인 비교가 가능한 것이 좋다. 즉 명백한 정답이 없는, 외워서 답할수 없는 것 - 쉽게 생각해서 “~에 대해서 설명해 보세요”, “~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게 좋다.

면접 결과를 점수로 환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상/중/하 정도로만 평가하고, 역량 포인트별로 취합해서 다시 상/중/하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주관적인 견해임)

그리고, 위의 두 가지와는 다른 방향의 접근이 있는데 바로 스스로 역량을 증명하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해왔던 일, 하고 싶은 일, 만든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 이야기를 하면 된다. 많은 피면접자들이 이력서를 보니 이런이런 것들을 하셨는데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라는 요청에 대해 정말로 간략하게만 설명하고 만다. 사실 작은 회사의 면접에서는 준비된 질문에 답을 하는 것 보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훨씬 더 중요하다. 자기 자신의 역량을 규격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기회니까.

정리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평가하고픈 포인트에 맞추어 주관식/논술형으로 답할 수 있는 문제를 준비한다. 피면접자는 답을 말하는 것 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식한다.

이상은 앞으로 내가 면접을 볼 때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냥 정리한 것이다. 이 방법 자체가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거나, 불합리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 이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개선이 가능하다. 그냥 그때그때 준비 없이 면접을 하다보면 발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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