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는 창조자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인간은 계속해서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왔다. 훌륭한 도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인간의 종으로서의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근래까지 인간이 만든 도구들은 일견 자명해 보이는(trivial) 능력의 확장인 경우가 많았다.

  • 강한 적에 맞서 싸우기 위해 무기를 만들었다.
  • 불완전한 기억력을 극복하기 위해 문자와 책을 만들었다.
  • 자연과 싸우기 위해 건물, 옷, 조리법 등을 발명

보편 지식을 발견 또는 사용할 수 있는 창조자라면, 창조자 자신의 능력에 제한받지 않는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도구들은 아직 인간에게도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종류의 일들을(non-trivial)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

  • 푸는게 불가능해 보이는 복잡한 문제, 혹은 풀이 방법이 없는게 알려진 문제의 근사해를 구하는 기계
  • 인간을 이기는 체스 기계
  • 사람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자동 운전 AI

인간을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시키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각각의 발현 수준을 생각해볼 때 창의성 이라는 특성은 상당히 저수준 - 그러니까 다른 특성의 근원이 되는 쪽 - 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나은 도구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인간이 만든 도구가 아무리 발달해도 창의적인 활동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인간의 창의성을 믿기 때문에 언젠가는 스스로 도구를 만드는 도구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순간이 왔을 때 인간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는 예상이 힘들다. 창의성이라는 특성 자체가 경쟁, 박애, 배타, 순응, 파괴 등 모종의 방향성 있는 개념들과 완전히 관계가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실마리를 쫓아 가 보면 뭔가 의미 있는 결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단어인 “지능”에 대해서, 지능은 공격성, 경쟁의 결과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공부와 사색이 좀 더 필요하다.

창조자와 창조물의 능력대결은 재귀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전능의 역설 - 전지전능한 신은 자신이 들어올릴 수 없는 돌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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