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에는 주제 선택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 시점을 좀 바꿔보고자 내가 싸질렀던 글에 대한 셀프까기… 를 하려 하였으나 H님의 제안으로 서로 평가해주기를 해 보기로 했다. H님은 토요일, 난 일요일에 일정을 찔러 넣어서 H님이 어제 먼저 포문을 열어 주셨다. 이렇게 되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동원한 것이 되니 원래 기대했던 싸구려 피드백은 아니게 된다. 좋지 아니한가!
그런데 막상 글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보니 막막하다. 왜 글에 대한 글을 쓰는가? 써야 한다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부터 잠시 생각해 보아야겠다. 생각나는대로 일단 죽 휘갈겨 본다.
왜 글에 대한 글을 쓰는가?
H님의 언급하셨듯 현재 좋은 글을 쓰고 있지도 않고 좋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그림도 없는 상황에서 글에 대한 평가를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마도 지금의 내가 만드는 피드백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왜?
피드백 자체가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 피드백을 받는 쪽의 나: 그게 비록 나 자신이라 해도 읽히고 평가받게 된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압박감.
- 피드백을 주는 쪽의 나: 좋은 글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체계적으로 하게 된다.
지금처럼 크로스 까기를 하더라도 이 두 효과는 유효하다. 게다가 나보다 다른 사람의 평가자를 상정하는 쪽이 압박도 더 크고, 좋은 글의 메트릭에 대한 고민도 좀 더 열심히 하게 될 여지가 있다. 혼자 읽어도 되는 책을 굳이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서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겠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라고 하면 매우 추상적인 질문으로 들린다. 엔지니어답게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어보자. 무엇이 되었던 대상에 대해 의미있는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메트릭이 필요하다.
좋은 글 에 대해서 몇 가지 기준을 들어서 얘기할 수 있으면 된다. H님 포스트에 달려있던 레퍼런스로 이런게 있었는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 많이 읽어 어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 예쁘고 고운 제대로 된 우리말을 써야 한다
- 주관적 판단에 대해서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 메모해라
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4번 이외에는 글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좋은 글에는 풍부한 어휘가 사용, 제대로 된 우리말, 주관적 판단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또 관련 내용을 검색하다가 유홍준이 밝힌 글쓰기 비결 열다섯 가지라는 글도 보았는데, 이중 글 자체에 대한 것을 추려보면
- 주제를 장악해라. 제목만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 내용은 충실하고 정보는 정확하게.
-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한다.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이 중요.
그리고 “좋은 글이란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라고 한다. 이를 내 마음대로 정리해서 템플릿을 짜 보자.
- 글의 제목은 무엇인가?
- 글의 주제와 글쓴이의 의도는 무엇인가?
- 글의 흐름을 기승전결로 요약해보면 어떠한가?
- 글쓴이의 주관적 판단은 무엇이고 근거는?
- 글쓴이가 사실로써 제시한 내용은 정확한가?
- 사용된 어휘는 풍부한가?
- 재미있는가?
적어놓고 보면, 1, 3, 6 은 글의 형식, 2, 4, 5, 7 은 글의 내용과 소재 에 대한 것으로(좀 애매하긴 한데 …) 적당히 균형이 맞아 보인다. 자, 이제 일단 해보고 나서 결과를 보고 개선을 해보자. 이제는 질러야 할 때.
타게팅: Super bowl의 사무실 모습
일단 위의 7개 항목에 대해 하나씩 짚어본다.
1. 글의 제목
Super bowl의 사무실 모습
은 내용 그대로의 정직한 제목이다. 작년의 수퍼볼 이벤트를 경험해본 입장에서는 제목만 보아도 “무슨 내용이 있겠구나”를 예측할 수 있고 “과연 성공했는가!?” 하고 결과를 궁금해하게 된다. 신문 기사라면 “수퍼볼 방어 성공”처럼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었겠지만, 수필이라면 궁금하게 만들어 글을 읽게 만드는 장치로 스포일러를 피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2. 주제와 글쓴이의 의도
작년에 수퍼볼 이벤트 대응시 장애가 있었다. 그 동안 쌓아온 것들로 올해는 나름 선방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서비스 운영에 찔러넣은 두 가지 무기를 살짝 언급하며 자랑하고 있다. Thumbana 와 Grafana. 우쭐우쭐은 좋은 것이다.
3. 기승전결
- 기: 수퍼볼 이벤트의 예고
- 승: 수퍼볼 이벤트에서 발생하게 되는 기술적 어려움에 대한 설명
- 전: 이벤트 발생 -> 대응하는 급박한 상황(무려 사진과 그래프까지!)
- 결: 짜장면은 맛있다
나름 잘 짜여졌네?
4. 주관적 판단은 무엇인가
대용량 트래픽을 멋지게 넘어서는 것. 이것이 대용량 서비스를 운영하는 팀의 재미이다.
이 부분이 글쓴이의 생각이 강하게 담겨있는 부분이다. 근거… 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저 “대용량 트래픽을 넘어서는 것” 에 대해 트래픽이 많다 이외에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 이런 재미가 있겠구나 싶도록.
5. 사실로써 제시한 내용은 정확한가
- TVACR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 이건 몇몇 사람 말고는 모르겠지만 정확하다. (하하)
- 수퍼볼 시청 통계: 닐슨의 데이터를 레퍼런스로 달았다. 오오~
6. 사용된 어휘는 풍부한가
이것에 대해서는 그냥 읽고 평가하기가 어려워서 … 아무거나 - 작년 파이컨에서 소개를 들었던 KoNLPy 에 바인딩된 것 중 kkma - 가져다가 몇 가지 숫자를 만들어 보았다.
이게 어떤 정도인지,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는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
from konlpy.tag import Kkma
from konlpy.utils import pprint
kkma = Kkma()
sentences = kkma.sentences(POST)
print(len(sentences))
Ns = []
Vs = []
OLs = []
TOTAL = 0
for sentence in sentences:
for w, p in kkma.pos(sentence):
TOTAL += 1
if p.startswith('N'): Ns.append(w)
if p.startswith('V'): Vs.append(w)
if p=='OL': OLs.append(w)
총 25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이고, 문장당 25개 정도의 단어가 사용되었다.
명사에 비해 동사/형용사의 중복이 많다. 이 글 외에 다른 글들과(좋은 글, 내가 쓴 글, 같은 사람이 쓴 다른 글 등) 비교해볼 수 있을것 같다. (이건 나중에…)
7. 재미있는가?
내가 작년에 당했던 이벤트라 그런지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게 첫 제물로 이 글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썸바나 아래쪽에 있던 그래프가 뭔가 복잡해 보였는데, 수퍼볼 이벤트 전후로 변화가 생기는 걸 잘 보여줄 수 있었으면 “와 쩐다!” 하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졸리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주에 좀 더 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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