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사용자(호갱님) 나가신다

나는 유/무형의 유료 서비스/컨텐츠에 돈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중 몇몇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비슷한 목적을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모종의 경로를 통해서 어렵잖게 애니메이션을 구해 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많이 보고 있지만 애니플러스의 유료 사용자이기도 하다. 터미널에서 weechat 으로 안정적인 irc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irccloud 라는 서비스도 유료로 사용한다. 에버노트, feedly, onenote 등의 서비스도 paid plan 을 사용하고 있고 dnsever나 혹은 직접 구축할 수 있는 네임서버도 AWS 의 route53을 돈을 내고 쓰고 있다. 그리고 텍스트 에디터를 비롯하여 많은 수의 생산성/업무 관련프로그램의 라이센스를 구매해서 쓰(거나 방치해두)고 있다. 검색하면 (불법이지만) 공짜로 받을 수 있는 PDF도, ebook을 구매할 수 있으면 사서 본다. 심지어 킨들용 print-replica 를 일단 사놓고 실제 공부할땐 불법 PDF 를 쓰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쓸데없는 곳에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평하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과거 포스팅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집중력과 시간은 매우 귀중한 유한자원이다. 그리고 인간이 유지할 수 있는 단기 기억의 용량 또한 매우 한정적이다. 따라서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 순간 바로 생산성이 크게 하락하고 만다. 예를 들어 dnsever는 가끔식 먹통이 되곤 하지만, 몇 개월에 한번 정도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 큰 문제가 있는 정도는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침 내가 dnsever에 설정해놓은 도메인에서 작업을 할 때 장애가 생겨서 몇 시간 정도를 버리게 되는 일이 생겼다. 그 몇 시간 동안은 해야 하는 일을 못 하기도 했고, 그 시간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도 서버 복구가 언제 되는지 신경을 쓰게 되었다.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고 이런 장애 주기가 몇 달에 한번에서 몇년에 한번으로 낮아질 수 있다면 얼마까지 써도 될까? 반대로 평소에 일상적으로 자주 하는 작업, 혹은 직접 손으로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을 만큼 귀찮은 작업을 극적으로 단축시켜 주는데 돈을 쓸 수도 있다. Alfred 같은 데스크탑 유틸리티나, ifttt, zapier 같은 류의 자동화 서비스가 그 예로, 이런에 어느 정도의 돈을 투자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얼마 정도면 적당할까? 적정 가격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분명 여기에 가치 가 있긴 있다.

이런 것들이 생산성을 높여봤자 얼마나 높이겠는가 하는 가치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작업이나 생각의 흐름이 끊기는 것이 일상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 갯수가 약간 줄어든다고 큰 변화를 느낄수는 없다. 하지만 distraction 의 발생 비율이 일정 임계 이하로 떨어지다 보면 전체적인 작업 효율이 갑자기 크게 상승하는 포인트가 있다. 집중력을 계속 소모한다고 할 때 몰입 상태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작업 효율의 그래프는 대강 아래처럼 생겼다고 예상할 수 있다.

집중력

작업의 총량은 그래프 아래쪽의 넓이이다. 방해 지점이 기본 10개인 상태라고 해보자. 10개에서 9개로 줄어드는 정도로는 큰 차이가 안 보일수 있지만, 한두개 혹은 하나도 없는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으면 그 차이는 매우 커진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비유가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장치 하나가 생산성 +0.1% 아이템이라고 생각해보자. 장착은 여러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우 +0.1% 인데 여러개 모아봤지 얼마나 되겠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생산선 향상 아이템들에 강력한 세트 효과 가 있어서 효과에 아이템 개수가 곱해진다면? 1개는 0.1% 지만 10개가 되면 10% 가 된다. 숫자 자체는 임의로 넣어본 거지만, 이 비슷한 중첩될수록 효과가 강해지는 보너스의 존재 자체는 확신하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동화, 귀찮음 해결, 시간단축 등의 도구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가 이 확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얘기는 했지만, 사실 세트 효과가 아니어도 나 자신의 가치 를 높게 평가한다면 작은 생산성 향상의 가능성이라도 충분히 투자해볼만 한 가치가 있다. 몇 천원, 몇 만원 정도를 투자해서 나의 가치가 (조금이나마) 높아질 수 있다면 훌륭한 기회 아닌가! 난 내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적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 믿기 때문에 - 그러니까 나의 시간은 비싸다! -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문제들은 제껴놓고 싶다. 좀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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