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넓히기

나는 요리를 잘 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직접 밥을 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귀찮긴 하지만 가끔 나물을 직접 무쳐서 먹거나, 찌개에 도전하기도 한다.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먹을걸 준비하는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는걸 스무살 중반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나름 충격이었다. 그 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 보았는데, 정말로 여러가지 사소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 만으로 전보다 즐거워졌다. 나의 범위 안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다. 활 쏘기처럼 좀 독특한 취미도 있고, 글쓰기처럼 잘 하고 싶어서 바둥바둥 하지만 잘 늘지는 않는 것도, 코딩처럼 나름 잘 해서 업으로 삼고 있는 것도 있다. 더 작게는 ipython notebook 처럼 멋있어 보여서+이제는 필요에 의해 익힌 도구, 언젠가 정신줄을 놓고 매달렸던 납땜하기, 요새 조금씩 익혀가고 있는 iOS 앱 프로그래밍, 강력한 덕질, 소롱포를 맛있게 먹기, 좋아하는 한두곡 정도는 연주할 수 있는 오카리나 등도 있다.

언젠가 S도 인용했던 구절이다.

A human being should be able to change a diaper, plan an invasion, butcher a hog, conn a ship, design a building, write a sonnet, balance accounts, build a wall, set a bone, comfort the dying, take orders, give orders, cooperate, act alone, solve equations, analyze a new problem, pitch manure, program a computer, cook a tasty meal, fight efficiently, die gallantly. Specialization is for insects.” — Robert Heinlein, Time Enough for Love

나의 범위를 넓혀 가는 것,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확실히 어렸을 때 이런 류의 기쁨을 더 많이 느꼈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즐거움 중 하나가 새로운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것인가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새로 익히고 쓸데없이 기뻐하며 계속 유치하게 살아야겠다.


P.S.특정 방향을 잡고 자신의 경계를 알려진 세상의 경계까지 확장시켜 밖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했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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