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카페로 가는가

대체 나는 왜 집을 두고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작업이나 공부를 하는가? 사실 나 말고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대학 시험기간에 집 근처 24시간 카페를 가면 밤새 공부하는 학생 투성이다. 대체 왜? 검색해보면 약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위 글들에서는 주로 백색소음을 그 이유로 언급한다. 하지만 백색소음이 카페에만 있는건 아니겠다. 나 개인적으로 놓고 보자면, 백색소음은 카페에서 일을 해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이지 카페를 작업 장소로 고르는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다. 개인적인 공부 혹은 작업을 하는데 사용할만한 장소를 열거해보자.

  1. 집 책상
  2. 방바닥
  3. 도서관 열람실
  4. 일반 카페
  5. 스터디 카페
  6. 친구 자취방
  7. 밥집
  8. 회사 회의실
  9. 비디오방
  10. 호텔/모텔
  11. 지하철/버스

상상력이 부족해서 이 이상의 장소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평가를 해 보자. 평가를 위해서는 몇 가지 criteria 가 필요하다. 뭔가에 집중해야 할 때 나에게 중요한 것은,

  1.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 다른사람이 나를 신경쓰는 것도 싫다
  3. 하지만 물리적으로 혼자인건 싫다
  4. 소리는 내는 것(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재채기 소리, 책 넘기는 소리 등)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
  5. 시간제한이 없어야 한다
  6. 앉은 자리가 편해야 한다
  7.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8. 싸야 한다
  9. 자리를 벗어나 다른 일-TV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을 하기 어려워야 한다

각각의 중요도는 잘 모르겠으니 그냥 똑같이 중요하다고 가정하자. 위의 후보지들에 대해 항목별로 0/1 점수를 주고 합산해보겠다.

Out[12]:
장소 방해없음 존재감없음 혼자가 아님 떠들수 있음 시간무제한 편한 자리 근처 싸다 늘어지지 못함
0 집 책상 1 1 0 1 1 1 1 1 0 7
1 방바닥 1 1 0 1 1 0 1 1 0 6
2 도서관 열람실 1 1 1 0 1 1 0 1 1 7
3 일반(24시간) 카페 1 1 1 1 1 1 1 1 1 9
4 스터디카페(TOZ) 1 1 0 1 0 1 0 0 1 5
5 친구 자취방 1 0 1 1 0 0 1 1 0 5
6 밥집 0 0 1 1 0 0 1 0 1 4
7 회사 회의실 1 1 0 1 1 1 0 1 0 6
8 비디오방 1 1 0 1 0 0 0 0 0 3
9 호텔/모텔 1 1 0 1 1 1 1 0 0 6
10 지하철/버스 1 1 1 1 1 0 0 1 1 7

항목이 좀 어설프고 스코어링도 대강이지만 어쨌거나 일반(24시간) 카페는 내가 선호하는 조건에 잘 부합하고 있다. 카페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말을 걸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번과 2번 항목에서 확률적으로 점수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2포인트를 모두 잃는다고 해도 2등과 점수가 같을 뿐이다. 24시간 카페 만세.

의외인 것은 지하철이나 버스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것이 집에서 하는 것과 같은 점수를 받았다. 이것은 아마도 편한 자리접근성의 가중치가 다른 항목보다 높아야 하는데 이것이 반영되지 않아서 나온 결과인 것 같다.

Criteria 로 잡은 것 중 1번~5번을 모아놓으면 군중속의 고독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지만, 정신적으로는 혼자이고 싶다는 것. 이런 욕구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좀 더 깊은 고민을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정도 정리를 하고 나서 찬찬히 생각을 해 보니 위에 열거한 장소 목록이 참 저급하다. 그럴싸한 후보지를 몇개 뽑아내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 공부/작업할 공간의 확보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나보다. 얼마나 할 곳이 없었으면 밥집을 넣었을까. 요새 작업실을 따로 얻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막상 정리를 해 보니 혼자 있을 때의 적막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집 근처의 오렌지연필이나 낙성대 탐앤탐스 같은 카페에 죽치고 앉아있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그런 고로, 어쨌거나 난 앞으로도 집 근처 24시간 카페에 계속 출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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