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를 밝혀 보기

누구나 준비되지 않은 채로 무언가를 해내야만 하는 상황을 몇 번쯤은 경험하게 된다. 사실 작은 단위로 나누어 보면 단지 몇 번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일상이 그러하기도 하고, 크게는 삶을 흔들 수 있을 만큼의 중요한 일을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맞딱뜨리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처음 자기 손으로 밥을 해 먹어야 할 때가 누구든 한 번은 있을 것이고, 요즘 유행하는 앱을 처음 받아 사용해 보는 것도 사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며 써 가는 것이다. 처음 하는 게임도 익숙해지기까지 맨땅에 헤딩하는 학습이 필요하고, 인간은 누구나 고유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는 사람과의 관계도 언제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직장에서 생전 해본적이 없는 일을 할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업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이제껏 해본 적이 없던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바로 그 일의 연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새로운 일 을 하는 연습이다. 어떤 종류의 새로움/낯설음에 도전하더라도 미지의 영역에 손을 뻗는 두려움, 실수나 비효율을 경험함으로써 생기는 무력감,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 등을 극복해야 한다. 살다 맞딱뜨릴 수 있는 모든 특정한 일을 예상해서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만, 준비되지 않은 일을 해내는 것 자체를 연습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는 평소에 다양한 규모의 안하던 것 해보기를 자주 하여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하는 데에 익숙해질 수 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몇 있을 것이다. 새로 나온 게임을 빨리 접하고 금새 고수가 되는 사람들. 처음 해보는 보드게임에서 남들보다 빨리 게임의 핵심에 다가가는 사람들. 공부나 일을 할 때 중요한 부분을 남들보다 빨리 찾아내는 사람들. 새 게임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나 새 프로그래밍 언어를 빠르게 익히는 것은 근본적으로 같은(최소한 매우 비슷한) 종류의 지적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창의성과는 좀 다르다. 이런 능력을 정확하게 뭐라고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적 순발력 정도의 표현이 적당하지 싶다.

미지의 상태로부터 그 세상이 돌아가는 규칙을 익혀 주변을 밝히는 능력 자체가 훈련 가능한 인생의 메타 파라미터다. 지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스탯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명시적으로 의식하고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스탯은 특히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미지에의 도전에 크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일상에 뭐가 됐든 안해본 일을 계속 섞어 넣어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에 익숙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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