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풀셋

허세는 사회 생활을 하는 인간이 벗을 수 없는 패시브 속성이다. 인간은 누구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이루어 놓은 것이 많을수록 허세의 덫에 빠지기 쉽다. 다른 사람을 경쟁에서 많이 이겨왔던, 한국의 좋은 대학을 나온 나 같은 사람이 특히 그렇다.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가 꺼려지고, 다른 사람의 장점보다 나보다 못한 점을 먼저 찾으려고 하고, 훌륭한 사람을 봐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부분만 모아서 외부에 보여줄 나를 재구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세는 쓸데없이 무거운 장비와도 같다. 무거운 장비를 입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냥을 하고, 상급 던전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게 된다.

사실은 허세 풀셋이 없다고 딱히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맨몸으로 필드로 나가도 용기를 내는데 MP가 좀 들거나, 부끄러움으로 HP가 좀 깎이는 정도지 치명적인 위협은 별로 없다. 진짜 위험한건 여럿이 모여 레이드를 뛰니까 할만 하기도 하고. 게다가 대미지는 렙업하면 다 회복된다. 심지어 스탯 최대치도 늘어난다. HP, MP 는 쓰라고 있는건데 이걸 자주 잊게 된다.

그 외에 그냥 인생을 접는다거나, 문제 해결을 꼭 해야돼? 라는 시각, 혹은 (부모님의) 현질 등의 돌파구가 가능하지만 이런건 정말 예외 케이스이니 그냥 제끼자.

허세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도 장비는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걸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필드에 앞에 나가 사냥을 하자. 사냥하지 않으면 렙업도 없다. 고렙이 되면 과거의 허세를 장착하고 필드로 나갈 수도 있게 된다.

사람들은 내 장비에 의외로당연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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