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군의 시간은 거꾸로 가면 좋겠다

나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 하는 아이였다. (재수없다면 ㅈㅅ…) 국민학생 시절부터 만화책, 오락실, SF, 판타지, TRPG 등의 (망국의) 유희에 빠져 살았는데 용케도 성적은 잘 받아 왔었다. 한때 내가 머리가 좋아서 그랬겠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 가설을 부정한지 꽤 되었다. 그 가설을 부정한 근거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지능이 높았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에 비해 성적이 훨씬 높았다” 정도로 정리한다.

어쨌거나 지금은,

가설: 명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크고 나서 배운 학습 방법 중 어렸을때 부터 잘 하는게 있었을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그때 잘 하던 것을 지금도 잘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곰곰히 그 시절에 내가 왜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공상(?)에 빠졌는지를 좀 생각해보고 있다.


당시 내가 자주 입에 담던 후렴구(?)가 있는데, “될대로 되라지” 였다. 실제로 내가 세상을(학교생활이겠지…) 대하는 태도가 이랬다. 뭘 하건 결과에 별로 신경을 안썼던 것 같다. 친구들은 내가 그런 말을 할때마다 노력도 안하는 의지박약 녀석이라며 질책하곤 했었는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건 좋은 신호였다. 나는 숙제나 공부를 하거나 수업을 듣는 데에 의지력을 거의 쓰지 않았다.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덜 쓸수 있으면 여러모로 유리하다.

결과만 보면, 노력은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과 시간으로 하는거다. 결국 의지력을 얼마나 소모했건 간에 시간X집중력이 더 큰 쪽이 이긴다. 사용한 의지력을 자랑하는건 부질없는 짓이다. 당시 나는 상태 전환과 Focus on process 를 아주 잘했던것 같다. 덕질하지 못하는 시간엔 그냥 (체념하고) 할일을 하고, 끝이 나건 말건 시간이 되면 준비된 덕질 … 을 하는 식으로.

지금보다 그때 더 잘했다.


하지만, 지금보다 옛날에 더 잘했던 것이 한두개인가. 그래도 예전의 나보다 더 잘하는게 없지 않아서 다행이다.

… 라고 써놓고 보니 그게 뭔가 고민하게 된다. 난 그때 초월함수의 미적분도 잘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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