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그날의 이야기

우주전쟁, 타임머신, 투명인간의 작가인 H. G. Wells 의 단편 4개 모음. 그중 가장 긴 단편 제목이 책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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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1946의 시대를 살았던 작가인데 미래에 대한 디테일은 실제 세상과 많이 다르지만(아직 그 시기가 오지 않기도 했지만), 그가 묘사한 사회의 키워드를 지금에 비교하면 잘 들어맞는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 부에 의해 계급화된 사회, 도시의 인구 쏠림, 세상을 지배하는 거대 기업, 시스템 의한 착취 등. 그런데,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그가 생각한 이런 특성들이 꼭 지금, 미래만의 것인가 하는 의문도 좀 든다.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이런 암울한 사회상은 사실 인류가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래 언제나 존재했던 것 아닌가. 마치 누구에게나 잘 맞을법한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하는 점쟁이의 이야기 같은 것 아닐까.

인류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매우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여러가지 방향의 시각이 있고, 그 중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할 수 있는 말이 달라진다. 당장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만 해도 누가 묘사하는지에 따라 지옥같은 현실일 수도, 그럭저럭 살아볼만한 세상일수도, 기회가 넘치는 역동적이고 활기찬 세상일 수도 있다. 책에서 낭만적으로 언급하는 빅토리아 시대도 지금 시점에서,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먼 과거나 미래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암울하거나 별것 없는 시대일 수도 있다. 실제로 내 시점에서는 지금에 비해 특별할 것 없는 시대다. 웰즈 아저씨의 미래상이 잘 쳐줘야 회색빛, 아니면 암울한 숯검댕 같은건 그가 겪은 두 번의 세계대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사람마다, 시대마다 천차만별인 인간의 눈에도 시대를 초월해 일관성 있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 이게 인간의 근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미래를 어떻게 상상했는가보다, 많은 것이 다르리라 상상한 미래에도, 실제로 다가온 미래에도, 그리고 과거에도 언제나 우리가 아는 인간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근본 자체는 우리 생각만큼 크게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배경만이 다를 뿐 인간의 현명함, 어리석음은 시대를 초월해 항상 거기에 있다. 줄 그어둔 구절 하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종류의 삶이 도래했다. 바로 도시 하층구역에서의 삶이었다. … … 하층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크게 절망하지 않았다

기록이 남아있는 인류 역사 어디에 들이대도 맞는 문장이다. 매 시대 새롭지만 사실은 언제나 있어 온 하층의 삶. 이게 과연 극복의 대상인지, 극복할 수는 있는 것인지, 혹은 할 수 있다면 해도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종이라는 큰 견지에서도 Diversity & Variation 은 필요한 요소일텐데.

그 외 짧은 단편 3개를 마저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사람이 하는 생각은 다 똑같구나”다. SF 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낄낄거릴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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