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오늘은 큰 마음을 먹고 방 정리를 했다. 수납 공간이 부족할 때 내가 택하는 정리 방법은 버리는 것이다. “나중에 다시 필요할까” 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건 항상 부담스럽다. 이런 판단은 매우 개인적이라서 다른 사람이 도와주기 힘들다. 나의 경우, 1년 넘게 한번도 입지 않은 티셔츠는 아마 앞으로도 입지 않을테니 버려도 되지만 몇 년이 지났더라도 보험증서는 필요한 날이 올 수 있으므로 버리면 안된다. 5년 전에 쓰던 PDA나 노트북은 아마 앞으로도 쓸 일이 없겠지만, 10년 전에 샀던 찰리브라운 DVD 는 다시 재생할 날이 올거라고 본다.

이 버리기 기술, 정확히는 기술이라기보다는 결단을 내리는 용기는 물리 공간의 정리를 넘어서 주변의 여러가지 시스템에서 공통적으로 도움이 된다. 게임에서 아이템 소지공간이 부족할 때, 하드디스크가 부족할 때, 앱이 너무 많아 산만할때, 벌려놓은 일이 너무 많을 때 등.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이도저도 못하고 컨텍스트 스위칭만 하고 있는 경우에도 정리-버리기-를 시도한다. 시간을 잘개 쪼개거나어 효율적으로 써보려고 하거나, 어떻게든 계획을 침리하게 세우는 등의 시도보다 아쉽지만 몇 개를 버려서 빠른 해결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공간의 추가 확보나 효율적 사용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다. 위에 말한 시간을 잘개 쪼개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도가 이런 방향의 접근이다. 하지만 버리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이쪽 테크를 타는 경우 대부분 시간벌기로 끝나게 된다. 의미없는 물건/정보는 si처럼 증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용량의 확대나 효율성의 증대가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반드시 그 에 먼저 버려야 한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뭔가를 버리는 행위야말로 역으로 아주 강력한 선택과 집중 의 추진력이다. 같은 에너지로 더 높은 곳에 오르려면 가벼워야 한다. 몸도, 마음도, 환경도.


  • 찰리브라운 DVD 는 사실 훨씬 근래에 샀다.

Comments